대선 상황이 예상대로 팽팽한 삼각구도로 가고 있다. 유력후보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인간에 벌어지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이들이 저 마다 독특한 캐릭터와 고유의 지지기반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인지 일부 언론이나 인터넷 논객들이 이번 대선을 중국의 삼국지에 빗대 논평할 정도이다. 어쨌든 호사가가 아닌 사람이 보더라도 이번 대선은 절묘하게 삼국지 판박이로 흘러가는 모양새이다.

우선 3인이 갖고 있는 지지기반은 위(魏), 오(吳), 촉(蜀) 삼국지와 딱 들어맞는다. 새누리당은 위나라처럼 제일 뿌리가 깊고 세력이 강하다. 호남이라는 전통적 토대를 가진 민주당은 두 번째 큰 세력을 유지해온 터라 오나라와 비슷하다.

안철수 후보는 후발주자이자 어느 정당에 소속되지 않는 무소속이다. 가장 세력은 약하지만 그래도 만만찮은 저력이 있어 촉나라와 비견된다. 그 옛날에도 오나라와 촉나라가 연합해 강성한 위나라에 대항한다. 소위 야권후보 단일화 카드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캐릭터라는 측면에서 볼 때도 그렇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치경험을 쌓은 문재인 후보는 카리스마 보다는 외유내강형 합리적인 리더십을 내세운다. 아버지 손견과 형 손책이 죽고 후계자가 된 손권처럼 말이다.

안철수 후보는 깨끗한 이미지에 새 정치를 표방해서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다. 돗자리 장수 출신이며 한나라 부흥이라는 대의명분으로 백성들의 신망을 얻은 유비와 닮은꼴이다. 다만 박근혜 후보-조조 등식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굳이 비유하자면 조조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여포 등 동탁의 잔당을 힘으로 몰아내고 위나라를 세워 강력한 지도력으로 절대 강자가 된 조조가 아닌가? 박근혜 후보는 조조의 손자 조예를 연상시킨다. 원칙과 신뢰가 뚜렷한 조예는 제갈량의 끈질긴 북벌공세를 물리치는 등 특히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정 최고의 목표는 부국강병이다. 건실한 경제, 튼튼한 국방은 선진국의 필수 조건이다. 2012년 대한민국 대선 삼국지를 보는 관전 포인트 역시 누가 부국강병의 적임자이냐는 것이다.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유력후보 3인은 부국강병의 청사진과 비전부터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부국강병을 이룰 자격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철저히 검증받아야 한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 민생관과 안보관이 확고하지 못한 대통령이 나와서는 안 된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