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사상에 따르면 음택(묘) 자리와 양택(주택) 자리는 확연히 다르다. 음택 자리는 천기를 많이 받아야 좋기 때문에 산 능선에 있고, 양택 자리는 사람이 살기 좋아야 하기 때문에 낮고 평평한 곳에 있다.

개성은 그런 음양이 조화를 이룬 한반도 최고의 입지조건을 갖춘 곳이다. 북쪽에는 송악산, 천마산 등의 높은 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남쪽으로는 드넓은 평야가 부채처럼 펼쳐져 있다.

예성강과 임진강, 큰 강을 두 개나 끼고 있으며, 바다가 지척이다. 가히 개성은 통일 한국의 수도 후보지로서도 손색이 없다. 한반도 중심에 위치해 있고 기존 수도권의 기반시설을 거의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인천공항과는 직선거리로 50 킬로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면적은 1200 킬로평방미터에 달해 서울의 약 두 배가 된다.

또 한 가지 좋은 조건이 있다면 바로 개성공단이다. 개성공단은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 북한의 토지와 노동력이 결합된, 체제를 초월한 경제특구이다. 현재 1천명 가까운 남한 주재원과 5만3천명 북한 근로자, 개성 일대의 가족 20만명의 생계가 달려 있는 삶의 터전이다.

이념이 다른 남북한 동포가 어울려 일한지 벌써 10년차가 되면서 서로간의 이해도가 아주 높다. 아마도 당장 내일 통일이 된다고 해도 쉽게 적응이 될 정도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말대로 개성공단이야말로 남북관계 더 나아가 남북통일의 마중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개성공단이 존폐의 기로에 있다. 북한 당국이 대남 대미 공세전술의 일환으로 개성공단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근로자들을 철수시킨 것이다. 천안함 폭침사건, 연평도 포격사건 때도 근근히 유지되던 개성공단이 이렇게 허망하게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더구나 개성공단은 김정일 위원장의 대표적인 유훈사업이 아닌가? 북한 당국은 위험천만한 행동을 중단하고 개성공단을 즉각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초부터 큰 역경에 맞닥뜨렸다. 하지만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대북정책의 기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고립된 처지에서 벼랑끝 전술에 매달리는 북한을 상대하려면 원칙도 중요하지만 융통성과 유연성이 더 필요하다.

끈기 있게 인내하고 양보하고 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우선 개성공단부터 살려야 한다. 그러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더 확고히 할 수 있고 북한의 전향적인 개방을 유도할 수 있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