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발찌 관리 엉망.훼손하거나 고의로 방전 후 도주하는 사고 잇따라 -

성폭력 범죄자들이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고의적으로 휴대용 위치추적장치를 방전시켜 도주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술값 대신 휴대용 위치추적장치를 맡기는 일도 일어났다.

충남 천안시의 한 아파트에서 여중생 4명을 추행해 1년 6개월을 복역한 김모(46)씨는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5년간 부착하라는 명령을 받고 지난해 3월 출소했다. 김씨는 출소한 지 3일 만에 대전 동구의 유흥주점에 가 술을 마시고 술값 대신 휴대용 위치추적 장치를 맡기고 나왔다.

위치추적장치로부터 전자발찌가 멀어져 감응 범위를 벗어나면 전자발찌에 진동이 울리는 등 경고를 하지만 김씨는 이를 무시하고 도주했다. 이럴 경우 전자발찌 중앙통제센터에 화면이 뜨지만 위치추적기가 있는 곳을 추적할 수 있을 뿐 전자발찌만 차고 달아난 사람을 추적하는 건 어렵다.

김씨는 두 달 뒤 발목에 부착된 전자발찌까지 떼어내 버렸다. 전자발찌를 훼손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김씨는 징역 6개월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출소 후 한 달 만에 또다시 전자발찌를 분리해버렸다. 이번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용 위치추적장치를 김씨처럼 고의로 다른 곳에 두거나 휴대하지 않으면 즉각 추적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성범죄자의 전자발찌 훼손 범죄는 2008년 1건에서 매년 늘어나 지난해엔 12건이 발생했다. 전자발찌 훼손도 어렵지 않은 데다가 위치추적장치의 배터리가 방전된 후 다시 충전하지 않으면 제 기능을 잃게 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위치추적장치를 방전시켰을 때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전자장치를 신체에서 임의로 분리하거나 손상시키는 등 위치 추적이 제대로 되지 않도록 하는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발찌 훼손 범죄에 대한 실제 처벌은 대부분 벌금형이나 가벼운 징역형에 그치고 있다.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실이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자에 의한 전자발찌 훼손 범죄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6건이나 일어났으나 대부분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징역 4개월에서 1년의 처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입건 유예되거나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아 석방된 경우도 두 건 있었다"며 "성범죄 재범을 실효성 있게 막을 수 있도록 전자발찌 훼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제도를 실효성 있게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법원 관계자는 "전자발찌를 훼손했다고 해서 앞서 저지른 성범죄 형량보다 높게 처벌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판사들의 고민도 깊다"고 말했다.

김 형곤 /보도2국장

김 형곤 /보도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