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극 드라마에는 거의 예외 없이 좌의정이 중요 인물로 등장한다. 영의정이나 우의정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영의정이 의정부의 상징적인 수장이라면, 좌의정은 실질적인 최고 실권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좌의정은 6조 중에서 핵심인 이조(정무행정), 병조(국방치안), 예조(외교교육)를 관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과(이조), 무과(병조), 잡과(예조) 등의 인사권을 모조리 틀어쥐었다.

어느 신문이 지금 청와대 비서실을 ‘좌의정 부재상태’로 표현해 화제이다. 옛날로 따지면 정무수석이 좌의정인데, 그 중요한 자리가 벌써 몇 달째 공석이라서 큰 문제라는 비판이다.

인사지연에 따른 국정혼란을 지적하려는 그 논지는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정무수석을 좌의정에 빗댄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정무수석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이지 독자적인 결정권한을 가진 기관장이 아니기에 말이다. 굳이 왕조시대와 비교한다면 정무수석은 좌의정이 아니라 좌승지가 적합하지 않은가 싶다.

좌승지 역시 좌의정에는 못 미치더라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좌승지는 정3품 당상관으로서 도승지에 이어 승정원의 2인자였다. 문무관 모두가 꿈꾸는 선망의 자리였고, 적어도 종2품 승차가 약속된 요직이었다.

고려 후기 성리학의 대가 안향, 조선시대 접어들어 세조 때 명재상 구치관, 명종 때 명재상 심수경 등 좌승지 출신의 위인은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좌승지는 원만한 인품과 문무겸전의 경륜과 탁월한 정치력이 필요했다.

그래야 임금의 최측근에서 왕명출납 등을 수행하면서 의정부, 6조 등과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었다. 아마도 오늘날 정무수석의 역할과 매우 흡사한 측면이 있다.

어쨌든 정무수석 공백기간이 오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무수석이라는 중요한 자리가 비어있어도 정치가 잘 돌아가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가 아닌가? 더구나 현대의 정치현상은 왕조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다기하다.

국정 난맥상을 방지하려면 여야 정당, 행정 각부, 청와대간 즉 당정청간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바로 정무수석이 할 일이다. 더 늦기 전에 합당한 인물을 정무수석으로 발탁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병목처럼 꽉 막혀버린 우리 정치가 시원스럽게 확 통하게 되기를 바란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