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담판을 짓겠다며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원래 영수(領袖)란 어떤 단체의 우두머리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특이하게 옷깃 령(領)자에 소매 수(袖)자를 쓰는지는 분명치 않다. 옷깃과 소매가 중요한 부분이어서인지, 아니면 옷깃과 소매를 여미어 공대해서인지, 그 어원을 찾기가 어렵다.

어쨌든 영수회담은 정치적 약자인 야당이 심심찮게 요구하는 정치적 카드 중의 하나였다. 반면 여당이나 청와대는 야당의 영수회담 요구에 매번 습관처럼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편이었다. 이번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영수회담보다는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만나는 3자회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청와대는 아예 여야 원내대표까지 포함한 5자회담을 하자고 역제안하고 나섰다.

이에 민주당은 여전히 영수회담을 고집하면서도 혹시 3자회담이라면 수용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마치 핑퐁게임을 하듯 어떻게든 공을 상대방에게 넘기려는 모양새라서 썩 보기 좋지 않다.

형식도 중요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만남 자체가 중요하고 그 내용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가장 실현 가능해 보이는 3자회담을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 지금 대통령은 옛날처럼 말 한마디 손짓 하나로 여당을 좌지우지 하는 영수가 아니다.

대통령이 여당의 총재를 겸하던 시절이 지난 지 오래가 아닌가? 대통령이 국정을 원만히 이끌려면 야당은 물론 여당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그래서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는 3자회담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강조컨대 대통령과 야당 그리고 여당과 야당 사이는 적대적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서로 정치적으로 경쟁하되 협조하는 진정한 파트너가 되는 것이 옳다. 기왕 얘기가 나온만큼 한시바삐 회담이 성사되어 국민을 안심시키는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