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전두환씨는 자기 재산이라고는 단돈 29만원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이후 지금까지 전씨는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며 불법비자금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틴다.

그 미납 액수가 무려 1,672억원이다. 그 와중에 전씨는 툭하면 측근들을 대동해 골프를 치고 비싼 양주로 파티를 벌인다. 여행차 해외에도 여러 차례 들락거린다. 희대의 코미디이다.

전씨는 비록 쿠테타로 권력을 잡지만, 어쨌든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역임한 국가지도자이다.물욕에 눈이 멀어 천문학적인 액수의 검은 돈을 챙긴 것만 해도 국민 앞에 석고대죄할 일이다. 그런데 법에 의해 판결받은 추징금마저 갚지 않으면서 보란 듯이 호화생활을 영위하다니 기가 막힌다.

전씨 일가가 추징금을 내면 길바닥에 나앉기라도 한단 말인가? 그 동안 불린 재산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하기조차 어렵지 않은가? 전씨는 물론 그 일가에는 조금이라도 양심적인 인물이 단 한명도 없다는 얘기이다. 한편 노태우씨는 추징금을 완납한다고 해서 그나마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형편이다.

오는 10월 시효만료를 앞두고 검찰이 전씨 일가 비자금추적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씨의 처남 이창석씨를 구속하고 재국씨 등 3남 1녀 자녀에 대해서도 칼끝을 들이대고 있다. 이미 감춰놓은 고가의 땅과 미술품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미납 추징금을 모두 걷어들이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싶다. 참 만시지탄이다. 지난 세월 당시 정부는 팔짱만 끼고 무엇을 한 것이라는 말인가?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 다 마찬가지이다. 도대체 법을 엄정하게 집행할 책임을 다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깊이깊이 반성해야 마땅하다.

지도층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한 법이다. 하물며 국가지도자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전씨는 대통령 재임 중에 나랏돈을 빼돌리고 기업돈을 등쳐먹은 권력비리를 저지른 장본인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뉘우치는 기색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더군다나 그 검은 돈을 토해내라는 법의 명령까지 끝내 거부하고 있다. 결단코 용납해서는 안 된다. 전씨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은 낱낱이 파헤쳐 환수해야 한다. 필요하면 일명 ‘전두환추징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