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해 내란 음모 혐의로 압수 수색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28일 오전, 여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에는 제대로 수사했다는 것이 국정원 얘기였다"면서 "다만 시기상으로 개혁 압박을 받던 국정원이 살아남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일 수가 있는 것이 걸리긴 한다"고 말했다.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압수 수색 직후 "국정원이 현역 국회의원 사무실을 쳤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이었다.

서상기 국회정보위원장은 "국정원이 법적인 준비를 오랫동안 진행해왔던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 북한과 화해·협력 분위기로 가고 있는데도 압수 수색까지 한 것만 보더라도 혐의나 증거가 상당히 구체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국정원이 '혐의를 입증할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하지만 새누리당과 청와대 관계자 일부는 "정무적 관점에서 보자면 그리 좋은 시점은 아닐 수 있다"며 이번 일이 잘되면 '대박'이겠지만 잘못되면 쪽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건 국정원 개혁 작업이 본격 추진되는 시점에 전격적으로 체포와 압수 수색이 진행됐기 때문이다.압수 수색이 실시된 이날은 민주당이 두 달 동안의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활동을 마치면서 국정원 개혁 의지를 재확인한 날이었다.

29일에는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워크숍에서 국정원 개혁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다는 계획도 잡혀 있었다. 여당에서도 국정원의 국내 활동을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던 참이다. 이런 정치권 움직임은 다음 주 정기국회가 소집되면 공식화·본격화할 상황이었다.

국정원에는 '양날의 칼'그동안 정치권에서 진행된 국정원 개혁 논란의 핵심은 국내 활동 관련 조직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민주당에선 "대공, 방첩, 대테러 활동과 직결된 부서 외에는 전부 없애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국정원은 "국내 각 기관에서 암약하는 간첩 조직을 적발하기 위해선 국내 정보 부서가 필요하다"며 "국회 내부에도 간첩 혐의자들이 있다"고 해왔다.

그런 논란 가운데 이번 수사에서 '정치권 간첩 암약' 사실이 확인된다면, 국정원으로선 정치권 동향 파악 등 국내 활동 업무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이렇다 할 혐의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국정원은 더 큰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한다.

야권의 촛불 집회 차단용이었다는 비난도 나올 수밖에 없다. 국정원으로선 '양날의 칼'인 것이다.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그동안 야권의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요구에 대해 "지난 정권 일을 왜 현 원장이 책임지느냐"며 일축해왔다.

하지만 이번 수사에 문제가 있을 경우엔 남 원장도 진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또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이번 수사를 사전에 보고받았다고 밝혔다.현역 국회의원 사무실을 내란 음모 혐의로 압수 수색 하는 것만으로도 정권 차원에서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통진당은 당장 이날 "아버지나 딸이나 위기 탈출은 용공 조작 칼날 휘두르기냐"고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이런 부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그래서 국정원도 2010년부터 3년간 추적하면서 한 건 한 건 혐의마다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서 수사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김 형곤 /보도2국장

김 형곤 /보도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