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충 같은 노익장은 없는가?

유비는 적벽대전에서 대승을 거두자 여세를 몰아 형주 땅을 몽땅 차지하려고 시도한다. 그런데 파죽지세로 조조의 잔당을 몰아내는 와중에 장사에서 의외의 강적을 만난다.

장사태수 한현은 볼품없는 인물이지만, 그 수하에 황충(黃忠)이라는 장수는 무용이 이만저만 대단한 것이 아니다. 당대 최고의 명장 관우와 싸워 일진일퇴의 명승부를 벌일 정도이다. 가까스로 장사를 점령한 유비는 칭병한채 두문불출하는 황충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간청한다. 삼국지 연의에서 황충은 그렇게 극적으로 등장한다.

그때 황충의 나이는 놀랍게도 61세... 하지만 그는 유비라는 명군을 모시자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엄청난 활약을 계속한다. 서천(익주)과 동천(한중)을 공략할 때 모두 선봉에서 적진을 휘젓고 다닌다.

그는 비단 용맹뿐만 아니라 지략과 인품에서도 귀감이 된다. 황충은 촉나라 건국과 더불어 후일 북벌의 기초를 닦은 일등공신이 된다. 유비가 도원결의(桃園結義) 아우들인 관우와 장비의 복수를 하기 위해 오나라를 치자 그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참전을 자원한다.

결국 개전 초기 이릉전투에서 역시 적진을 휘젓고 다니다 활에 맞고 장렬히 전사한다. 그때 나이가 75세, 황충은 그렇게 극적으로 퇴장한다. 삼국지 연의에 수많은 인물이 나오지만, 황충만큼 매력적인 장수를 찾아보기 힘들다.

노익장(老益壯),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강성해진다는 말이다. 아마도 황충이야말로 노익장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기실 시대와 분야를 초월해 노익장은 존재하고 또 존재해야 마땅하다.

풍부한 경륜과 지혜는 언제 어디서든 꼭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혼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요즘 정국을 보면 더욱 그렇다. 지금 정치권은 소리(小利)에 탐닉해 대의(大義)를 저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대화록’이니 ‘댓글’이니 정쟁에만 몰두할 뿐 정작 민생과 개혁에는 나 몰라라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라도 여야를 망라해 원로 정치인들이 노익장을 발휘해 정국을 바로 이끌어주면 좋겠다. 얼마전 재보선을 통해 등원한 서청원 의원 같은 이들이 제 역할을 해야 옳다. 황충처럼 진충보국(盡忠保國)의 노익장이 절실한 시점이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