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는 우리 한민족의 혼을 말살하기 위해 별별 악랄한 짓을 마다하지 않는다. 국권을 빼앗자마자 제일 먼저 일제판 분서갱유(焚書坑儒) 만행을 저지른다. 전국 각지의 서원, 향교 등을 뒤져 고조선, 고구려, 발해 등 고대사 관련 서적 20여만권을 강탈해 태워 버린다.

아울러 신채호, 박은식, 정인보, 안재홍, 장지연 등 민족사학자들을 갖가지 수단을 동원해 탄압한다. 이 뿐인가? 조선의 500년 국립대학이자 올곧은 선비들의 산실인 성균관(成均館)의 문을 걸어 닫는다. 심지어 도성의 성곽을 부수고 남산 봉수대마저 허물어버린다.

사직단(社稷壇)은 처참한 지경을 당한다. 사직단은 종묘사직(宗廟社稷)이란 말이 있듯이 종묘와 더불어 민족혼의 상징이다. 토지의 신과 곡신의 신을 받드는 성스런 곳이다. 일제가 이를 그냥둘 리 없다. 아예 이름을 사직공원으로 바꾸고 놀이터로 만들어 버린다.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동물원으로 만들어 버린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우리 민족의 전통과 자존을 송두리째 짓밟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더 처참한 것은 사직단의 비극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아직도 본래 모습과 기능을 되찾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여전히 각종 안내판에는 사직공원이라 적혀 있고, 경내에는 도서관, 파출소, 주민센터, 체육시설 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0년이 되어가건만, 어떻게 이렇게 수치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단 말인가?

최근 사직단 복원운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이 국회에 사직단복원촉구결의안을 발의하고, 문화재청과 서울시는 복원을 위한 장단기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김영명 이사장이 이끄는 전통문화보존단체 예올재단은 포럼 등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할 태세이다.

늦었지만, 참 다행스런 일이다. 사실 무려 100년 가까이 훼손되고 방치된 사직단을 복원한다는 것은 결코 수월치 않다. 범정부적인 추진과 범국민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적어도 이번 정부 임기 내에 복원작업의 기틀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