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국기를 뒤흔드는 초유의 사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일명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대한민국전역이 이 나라 통수권자인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질책과 질타의 봇물이 터져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얄궂게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37주년 추도식이 경북 구미 상모동 생가와 문경의 청운각, 국립 현충원에서 동시에 열렸다.
구미 생가의 경우 지난해 1,200여명에 달하던 추모객 수가 올해는 3분의 1 수준인 400여 명으로 줄었고 추모객들의 속마음에는 배신과 좌절감에서 비롯된 눈물이 바다를 이뤘다.

이날 추도식에 참여한 인사들은 남유진 시장과 새누리당 백승주, 장석춘 국회의원, 김장주 경북도 행정부지사를 비롯해 100여명의 파독 간호사, 광부와 시민300여 명이 고작이었다.

추도사에 나선 남 시장은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은 그동안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며 “님의 정신과 열정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어져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 시장의 고뇌가 엿보이는 낭랑한 추도사가 공허한 가을하늘로 떠나갈 때 추풍은 정원에 심어져 제대로 물들어 보지도 못한 낙엽만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최근 언론에서 연일 시시각각 보도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두 사람 사이에 연결된 ‘국기문란과 헌정질서파괴’라는 의혹사태는 국민의 좌절과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화여대를 기점으로 일부대학의 학생들이 ‘최순실 구속 수사,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란 규탄의 목소리를 담아 시국선언을 하고 나선 마당이어서 현재 이 나라는 가히 제2의 4,19를 연상시키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사람들의 심기는 어떨까. 아버지에 이어 영애인 그녀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날, 그 기쁨을 참지 못해 몇 날 며칠을 두고 기쁨에 눈물과 흥분에 달뜨 밤잠마저 설치지를 않았던가.

도심의 거리마다 신라 선덕여왕을 비유하는 현수막이 내 걸렸고, 이 지역 사람들은 박대통령에게 기대를 하기를 ‘더도 말고 서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강한 법치국가를 건설해 달라.’는 주문을 했던 것이다.

일차 검찰의 수사가 이미 진행돼 있고 명확한 진상규명을 밝히기 위한 국회차원의 특검절차가 그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국이다. 가뜩이나 세계적 경기침체로 이 나라 기업들과 국민들의 가계가 흔들리고 있는 마당이며 북한의 핵위협이 목전에 닦아와 있는 시점에 국가의 통수권을 뒤흔드는 큰 사태가 터졌으니 말이다.

국가의 위기 앞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대승적 차원에서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자. 초당적 협력과 지혜로운 사태 해결만이 국가안보를 지키는 길이며 북한의 오판을 막아 제2의 전쟁참화를 막는 길이라는 사실에 국민적 관심과 결속력이 모아져야 할 시점이다.

경북.중부취재본부 / 이찬희 본부장 nimacho@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