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게 지난 한해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묵묵히 달려왔던 2016년이었다. 경찰청은 올 2017년 슬로건을 ‘국민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경찰’로 정하고 경찰이 권위와 위화감의 대상이기 보다는 국민들의 곁에 한걸음 다가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존재로 거듭날 것을 14만 경찰관들에게 당부했다. 공권력의 상징이었던 경찰이 국민들을 따뜻한 손길로 어루만지는 믿음의 상징이 된다니 경찰관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지난 12월 1일 신임 제29대 경북지방경찰청장(치안감. 박화진)은 취임사에서 ‘마음이 따뜻한 경찰이 되겠습니다’라는 제목 아래 한발 앞서 해결하는 미리미리 예방치안,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산소(O₂)치안, 안정되고 체계적인 시스템 치안, 협업과 존중의 무지개치안, 조직 내부의 건강과 역동성을 겸비한 활력치안을 치안방향으로 제시하였다. 경찰관 개개인의 건강한 정신과 국민을 향한 따뜻한 가슴이 그 기본이라면 위의 다섯 가지가 잘 맞는 톱니바퀴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치안 최접점에 근무하면서 느낀 가장 큰 한 가지는 ‘국민들은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우리 동네를 지켜주는 경찰관들이 한 번 더 보이길 바라고 옆집에 도둑이 들었다고 하는데 내 집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매일 밤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고 귀가하는 딸아이가 무섭지 않고 안전하게 집까지 오기를 바란다.

단적으로 우리 지역 경찰관들이 제 역할을 잘 해 주고 있는지를 알려면 유치원 혹은 초등학교 엄마들 모임에 가보면 가장 잘 알 수 있다. 엄마들은 내 집의 안전을 걱정하고 아이들의 등하굣길의 안전을 걱정하며 출퇴근길 남편의 안전을 걱정한다. 이들의 불안을 안심으로 바꾸는 것이야 말로 지역경찰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이제 ‘젖은 외투’를 벗어던지고 따뜻한 볕에 잘 말려진 새 외투를 꺼내 입자. 광화문 차벽에 핀 꽃이 국민들이 경찰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주민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 그들의 소리를 더 가까이서 듣자. 냉철한 법의 잣대가 아닌 온기 가득한 손길이 되어 지치고 힘든 국민들의 곁을 지키자. 그리하여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국민들의 마음에 ‘경찰’이라는 든든한 바람막이가 생길 수 있도록 14만 경찰 모두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은호 기동취재부장 dltkfkd83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