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을 잃게 만들었고 정말 숨막히게 하는 공연이었다. 무엇보다 기쁨과 사랑으로 가득 찬 메시지가 가장 크게 내 맘을 흔들었다.

탄생 설화를 배경으로 한 연극을 통해 관객들을 맞이했다. 실크스크린에 비춰진 영상과 그 뒤로 어렴풋이 보이는 배경 및 배우들의 연출력이 장내를 압도했다. 베들레헴으로 향하는 난민들의 발걸음과 당시 로마군의 폭정이 그려지며 마리아와 요셉의 고행이 뒤따른 무대는 전문 연기자 못지않은 단원들의 연기력으로 관객들에게 큰 몰입감을 선사했다.

탄생한 아기 예수와 동방박사의 축복이 뒤따른 무대로 마무리 지어진 1막은 “무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관객이 직접 목격하게 하고 싶다”는 지휘자 보리스 아발랸의 의도처럼 뛰어난 현장성을 강조한 공연이었다. 1막에서 메시아 탄생의 메시지는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1막이 끝나고 표시 없이 눈물을 훔치고 있는데 이윽고 오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을 각색한 2막의 뮤지컬 무대가 이어졌다. 노동자들의 활기찬 노래로 시작한 무대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풍기며 장내를 휘감았다. 따스한 모습의 거리와 웃음 가득한 배우들의 모습이 가득 담긴 오프닝으로 무대는 시작한다. 이어 크리스마스 이브임에도 마감에 쫒기는 한 출판사에 조명이 비춰진다.

마감을 독촉하는 악덕 사장으로 인해 가족을 등지게 한 가장의 모습과 그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겪으며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꾸미는 이야기는 합창단이 추구하는 크리스마스 정신을 잘 나타냈다. 2막에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사랑을 깨닫게 하는 따스한 뮤지컬은 또 한번 내 마음을 여지없이 흔들었고 눈물은 그칠 줄 모르고 흘러내렸다. 2막이 끝날 때까지 계속 하염없이 울었던 것 같다.

그라시아스 합창단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내용이라 좀 “진부한”, “올드”, “심파“라는 단어가 떠올랐지만 그 순간이 바로 나의 추억을 소환하는 메시지였던 것 같다. 정말 제대로 ”올드“, ”심파“라 더욱 내 마음을 자극했고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의도가 바로 그런 것이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12월이 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그 비슷한 내용의 공연들이 쾌나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 조차도 보기가 어렵다. 정말 몇 십 년 만에 참 크리스마스의 느낌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 공연이었다.

마지막 무대는 합창단의 ‘헨델의 오라토리오’ 합창으로 채워졌다. 국내에서 진행하는 국제합창제를 비롯해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에서도 수차례 실력을 입증한 그라시아스 합창단의 저력을 선보이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헨델의 메시아를 비롯해 최혜미 수석소프라노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솔로 합창으로 공연은 마무리되며 내년 공연을 기약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관객들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도록 관객을 향해 몸을 돌려 지휘를 한 보리스 아발랸(Boris Abalyan)의 무대 매너 또한 마음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와 현대사회에서 상실해가는 가족 간의 따뜻한 사랑이 녹아 있었다. 거기에 주옥같은 크리스마스의 명곡들과 아름다운 캐럴이 더해져 나를 비롯해 많은 관객들의 마음에 따뜻한 사랑과 감동, 그리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을 되살렸다. 그라시아스 합창단은 크리스마스 칸타타 투어를 통해 안동시민들의 마음에 잊지 못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선물했다.

경북취재본부 / 이현주 취재부장 phi02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