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 과정에서 불거진 ‘노예계약’ 논란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비공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사는 한국전력공사(한전) 이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원전 업계와 한전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한전 이사회에서는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불공정한 합의를 진행한 문제를 두고 격렬한 논의가 있었으며, 분명한 반대 의견도 제기됐다. 그러나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에도 이사회 회의록 등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진상 파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웨스팅하우스와의 불리한 합의
합의문에는 △체코 원전 수출 시 1기당 6억5000만 달러 규모의 물품•용역 계약 체결 △1기당 1억7500만 달러의 기술 사용료 지불 등의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이 차세대 원전(예: 소형모듈원자로•SMR)을 독자적으로 수출할 때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검증을 거쳐야 하는 조건, 수출 가능 지역 제한, 사실상 무기한 효력을 갖는 협정 등 불공정 조항들이 논란의 핵심이다.

◇ 이사회 논란
한전은 지난해 11월 20일과 올해 1월 14일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을 논의했고, 합의문은 1월 16일 체결됐다. 형식상 이사회 의결을 거쳤으나 내부적으로 반대 의견과 재협상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내부 관계자도 “당시 이사회에서 격렬한 논의와 반대 의견이 있었으며 재검토 권고까지 제기됐다”고 전했다.

◇ 정보 공개 거부
현재 한전은 회의록과 이사회 이사들의 찬반 여부 공개 요구에 대해 “영업상 비밀”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역시 한전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시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회의 자료 요구도 묵살되고 있는 상황이다.

권향엽 의원은 “이사회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있었다는 제보가 이어지는데도, 한전은 회의록과 찬반 여부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최소한 이사들의 찬반 여부만큼은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국회방송 호남총괄본부장 오경태 okt07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