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여수엑스포를 다녀왔다. 몇 조원이라는 막대한 국가예산이 투입된 행사인만큼 한번은 봐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결론은? 실망이라는 단어 외에는 떠오르는 것이 없다.

볼거리가 있는 곳에는 로또복권 당첨된 것도 아니면서 적어도 30~50분 줄서서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었고 아쿠아리움과 몇 곳을 둘러보기 위해 불볕더위 속에서 줄서기를 장장 7시간 넘게 했다는 말을 하기도 부끄럽다!

오후시간이 되자 그늘진 곳이라면 어디든 바닥에 신문, 안내책자, 비닐 등을 깔고 눕거나 앉아 쉬는 사람들로 엑스포장은 마치 대형 노숙장(?) 같았다.

관람객이 엑스포장에 들어오는 것에만 관심을 갖고 총 관람객 숫자 부풀리기에만 급급한 주최 측. 행사장 안은 대부분 내국인들이었으며 인근지역에서 온 사람들도 꽤 많았다. 국제관의 몇몇 진행자들과 공연하는 사람들만 외국인뿐, 역시 우리들만의 잔치였다.

엑스포를 준비한 이들의 의식도 심히 의심스러웠다. 외국 사례는 보거나 들어본 적도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무시하고 하던 방식대로만 고집한 것이었는지?

국민소득이 2만불 훌쩍 넘었다며 자랑하지만 문화적 의식은 완전 개발도상국 수준이었다. 엑스포행사장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와 공연이 끝난 후 걸어 나오면서 밟히는 온갖 음료수통과 쓰레기들.....

얼마 전 싱가포르의 어느 관광지를 다녀온 것을 떠 올린다. 그곳 역시 여수엑스포처럼 음악분수쇼와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안내책자에는 쇼 시간표와 곳곳의 볼거리 등이 소개되어 그날의 관광일정을 자유롭게 짤 수 있도록 했다. 분수 쇼 입장권은 원하는 시간대를 정해 미리 구입하여 공연시작 몇 분 전까지 도착하면 입구에서 수 백 명의 관람객들을 질서정연하게 좌석으로 안내했다.

하루 종일 줄서서 기다리느라 제대로 식사도 못한 채 무기력하게 보낸 여수엑스포. 15~20분 쇼를 보기 위해 몇 시간씩 줄서거나 때론 주저앉아 기다리는 헤프닝이 지구촌 어디에 또 있을까?

최고를 향해 겉모양만 갖추었을 뿐 속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우리사회의 단면.... 무엇을 위한 엑스포? 누구를 위해 그 많은 국가예산을 썼나?

글 ; 최윤희 / 논설위원(구미대학 교수)
편집 ; 권수길 / 보도국장

권수길 / 보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