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 말로 흥하고 말로 망한 정치인은 드문 것 같다. 그는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화법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하지만 역시 그 화법으로 인해 정치적 추락을 자초하기도 한다. “좋은 학교 나오고 성공한 분들이 시골 별 볼일 없는 사람(자신의 친형 노건평씨)에게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하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대통령 노릇 못해먹겠다.”이 같은 발언들이 도화선이 되어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을 투신자살하게 만들고, 급기야 국회탄핵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는 생전 엄청난 설화(舌禍)와 설복(舌福, 필자의 조어)을 두루 겪은 셈이다.

요즘 여야는 과거 ‘노무현 발언’의 진위여부를 놓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중이다. 과연 5년 전 남북 정상회담 때 NLL을 부정하고 북핵을 용인하는 발언을 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이 사실이냐는 것이다. 진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면 국기문란을 자행한 경천동지할 일이다.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지 않은가? 헌법에 명시된 대로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영토 수호의 책무를 부여받지 않았는가? 이 문제는 치고받다가 결론없이 끝나버리는 정쟁거리가 아니다.

국정조사를 하든 더 중한 무엇을 하든 반드시 국민 앞에 시시비비를 낱낱이 밝혀야 마땅하다. 더욱이 당시 정상회담 실무추진단장이던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사실이라면 책임지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

민주당이 다른 한편으로는 새누리당의 폭로를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이라고 반발하는 것은 매우 궁색한 행태이다.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고 여야가 스스로 한 행위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논평이 가관이다. “(노무현발언이) 사실이라면 맞는 말 아니냐? 박수를 치고 싶다.”이 전 대표가 얼마 전 출마를 선언한 명색이 대선 후보이기에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이 땅에 친북의 차원을 넘어선 골수 종북주의자들이 얼마나 활개를 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닌가 싶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지도자의 자격과 자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상과 철학이다.

우리 국헌이 명기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자, 주적인 북한과 내통하거나 추종하는 자, 태극기와 애국가를 거부하는 자가 대한민국을 이끌어서야 될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라도 이번 사태는 명명백백히 진위가 가려져 그 결과에 따라 여야가 엄정하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