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부터 전 세계 조선 수출 1위 자리를 지켜온 한국이 작년에 중국에 의해 추월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지난해 한국 조선산업의 수출 증가율이 13년 만에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추락하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3일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한국의 조선 수출은 3백35억달러(약 35조6천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8.2% 감소했다.1999년 외환위기 여파로 조선 수출이 전년 대비 6.0% 역신장한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조선은 2011년 국내 1위 수출 품목에 오른 '효자 업종'이다. 2007년에는 55.4%의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는 등 2011년까지만 해도 꾸준히 성장해 왔다.한국이 주춤한 사이 중국 조선업은 빠르게 발전했다.중국의 조선 수출은 작년 1~10월 3백36억달러를 기록, 한국을 1억달러 차이로 제치고 세계 최대 조선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아직 작년 11~12월 조선 수출액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사상 최초로 연간 기준 세계 1위 조선 수출국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지난해는 전 세계 조선 수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중국·일본 조선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한국의 조선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30%가량 내려앉는 사이 중국 수출은 5.9% 감소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일본 수출은 8.3% 줄었다.수주량 점유율은 아직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1~9월 중국의 수주량 점유율이 전년보다 2.3%포인트 상승한 반면 한국 점유율은 5.1%포인트(41.4%→36.3%) 하락했다. 양국의 수주량 점유율이 1.6%포인트 차이로 좁혀진 것이다.

한국의 조선 수출이 2007년 이후 급격한 감소세를 보인 것은 경기 침체가 극심했던 유럽 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작년 1~11월 유럽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9.6%로 중국(14.4%), 일본(13.2%)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 조선산업이 유럽 경제위기, 전 세계 교역량 감소에 따른 조선업 침체의 최대 피해자가 된 셈이다.국제무역연구원 조상현 연구위원은 "국내 조선업체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한 선박을 지난해 본격적으로 인도하기 시작했다"며 "수주가 급감한 당시에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맺었기에 수출 실적이 크게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조선 수출은 최악의 부진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한국 조선업체들이 수출 주력 선종을 상선(商船)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드릴쉽 등 특수선과 해양플랜트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수주 물량을 내년부터 선주에 인도하면 수출 부진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조상현 연구위원은 "올해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등 조선 관련 지표가 크게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수출 증가율은 4% 내외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는 중국 조선 수출이 한국을 제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대신증권 전재천 연구원은 "중국은 인건비 상승이 빠른 데다 달러 대비 위안화 절상 속도가 원화 절상 속도보다 빠르다"며 "중국과 한국 조선산업이 경쟁 관계를 유지하되 한국이 우위에 서는 구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형곤 /보도2국장

김 형곤 /보도2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