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쇄신’ ‘비전’이 정답이다!

임진왜란 7년을 거치면서 동인은 남인과 북인으로 갈린다. 남인과 북인은 사림파로서 뿌리는 같지만, 인맥과 지연, 그리고 정적인 서인에 대한 정치적 입장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 터이다.

남인은 퇴계 이황이 정신적 지주이고, 동부 영남이 본거지이며, 온건노선이다. 북인은 남명 조식을 받들고, 서부 영남을 기반으로 하며, 강경노선을 걷는다. 민주통합당이 ‘비노(非盧)’ ‘친노(親盧)’로 갈려 사사건건 충돌하는 형국이다.

흥미로운 점은 남북 당파가 갈린 400여년전의 상황과 유사점이 많다는 것이다. 비노는 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신적 지주이고, 호남이 본거지이며, 온건노선이다. 친노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받들고, 수도권 등 비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며, 강경노선을 걷는다.

예나 지금이나 당파는 존재하기 마련인 모양이다. 하지만 명색이 제1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지 4개월이 넘도록 갈 길을 못 찾고 헤매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속내를 자세히 살펴보면 걱정스런 측면이 더 크다.

오죽하면 원조 친노 인사라 할 수 있는 천정배 전 의원은 민주통합당을 ‘3무(無)정당’이라고 하겠는가? ‘반성’도 없고, ‘쇄신’도 없고, ‘비전’도 없다는 신랄한 비판이다.

사실 비노와 친노간에 당권을 잡으려는 적의 가득찬 투쟁은 치열하지만, ‘반성’ ‘쇄신’ ‘비전’에 대한 선의의 경쟁은 찾아보기 힘들지 않은가?

조선시대 당파간에도 나름 국태민안, 부국강병을 위한 논쟁을 중시하지 않았는가? 기껏 어떻게 당명을 바꾸고 당색을 바꾸느냐를 둘러싸고 옥신각신하는데, 어느 국민도 그것을 반성, 쇄신, 비전으로 보지 않는다.

이제라도 민주통합당은 무의미한 책임공방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시바삐 반성, 쇄신, 비전의 청사진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진정한 국민정당, 수권정당으로 거듭 나야 만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거의 국왕의 의중에 따라 당파의 세력이 결정됐다. 현재는 민주주의라서 여론과 민심에 따라 당파의 강약 더 나아가 생멸이 결정된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 민주통합당뿐만 아니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마찬가지이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