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흥사단(興士團)을 창립한지 100주년이다. 지난 백년 흥사단은 이름 그대로 수많은 우국지사, 독립운동가, 사회지도자 등 선비를 배출하는 산실이 된다.

도산이 강조하듯이 ‘선비정신’이야말로 우리 민족 정신문화의 원류이자 리더십의 원형이 아닐 수 없다. 영국의 신사도정신, 미국의 프런티어정신, 중국의 대인정신, 일본의 사무라이정신처럼 말이다.

또 다른 선각자 단재 신채호 선생 역시 선비정신을 중시하며 선비를 이렇게 규정한다. 첫째 인격, 둘째 학문, 셋째 경륜을 두루 갖춘 전인적인 인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라도 모자람이 있다면 온전한 선비로 간주하지 않는다.

특히 인격을 근본으로 본다. 진정한 선비는 겸손하고 청빈하며 절제할 줄 안다. 선비는 자신을 수양한 후에야 남을 교화한다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모범이라 할 것이다.

거의 5월 내내 ‘윤창중 사태’로 인해 나라 안팎이 들끓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냇물을 흐리게 하듯이 윤창중 한 사람이 애써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국격을 순식간에 깎아내리고 말았다. 그는 명문대 출신에 박사학위 소지자이며, 언론계에서 주요한 전문경력을 밟은 인물이다.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한다. 학문과 경륜의 측면에서는 손색이 없다. 하지만 그에게는 결정적인 흠결이 있다. 바로 도야되지 못한 인격이다. 옛날 신분사회에서는 학문과 경륜이 있는 인물을 찾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부지기수로 많다. 다만 인격까지 갖춘 선비가 희귀할 뿐이다.

사실 학문과 경륜은 객관적인 잣대가 있어 판단하기 쉽다. 인격은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실토하듯이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그래서 ‘평판’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랜 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친지, 친구, 직장 동료 등의 평가가 그나마 정확하기에 그렇다. 청와대가 향후 인사검증에 있어 평판을 포함시킨다니 다행이다. 더 이상 제2, 제3의 윤창중이 나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