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대지진으로 일본 관동 일대는 쑥대밭이 된다. 그 극심한 혼란의 와중에 난데없이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극물을 넣고 약탈과 방화를 일삼고 다닌다’는 ‘괴담’이 순식간에 퍼진다.

그러자 엄청난 재난에 낙담하던 일본인들은 이성을 상실한 채 너나 할 것 없이 조선인을 희생양삼아 ‘사냥’에 나선다. 그렇게 무참하게 학살된 조선인이 무려 6천6백명에 달한다. 일제가 모든 사회적 불만을 잠재우려고 추악한 괴담을 퍼뜨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1세기 가까이 지난 요즘의 대한민국 역시 가히 ‘괴담천국’이다. 철도가 민영화되면 어떻게 된다느니 의료가 민영화되면 어떻게 된다느니 터무니 없는 헛소문이 온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하니 말이다.

정부가 절대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괴담은 SNS 등을 통해 빛의 속도로 유포되고 확대재생산 된다. 그리고 어김없이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괴담을 은근히 부추긴다. 2008년에 ‘광우병괴담’으로 그렇게 홍역을 치렀건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괴담은 정상적인 국정을 가로막는 중대한 위협요소가 분명하다. 오죽하면 집권여당 부설 연구소가 괴담을 주제로 정책세미나까지 개최하겠는가? 이제 강력한 조치가 뒤따라야 마땅하다. 최초 괴담 작성자는 물론 대량 유포자, 무책임하게 악용한 자들을 모두 처벌해야 옳다.

관련법이 미비하다면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한 가지 더 보완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소통이다. 국민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불신이 확산되고 그런 토양 위에 괴담이 활개칠 수 있기 때문이다. 괴담! 이번에는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