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이 나은 조선 시대 뛰어난 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입암 민제인(1493 성종24∼1549 명종4)선생의 학문과 사상을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동몽선습의 저자 입암 민제인(立巖 閔齊仁)과 그 후예들>이라는 주제로 여흥민씨 입암공파(운촌공계)종중과 한국문중문화연구원이 주최, 주관하여 29일 대전광역시청 3층 세미나실에서 개최된다.

입암 민제인 선생은 품위있는 가품이 있는 명문가의 후예로, 아버지 성균관 전적을 지낸 민구손(閔龜孫) 선생과 어머니 정경부인에 증직된 언양김씨 사이에서 1493년에 대전에서 태어났다.

입암 선생은 천성이 어질고 지(知)와 덕(德)을 겸비한 유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높은 관직을 두루 역임하시며 수기 안인(修己 安人)을 실천한 지성인의 표상을 보여주었고 1549년에 세상을 떠났다

입암 선생은 조선조 중기 문신으로 의정부 좌찬성에 올라 진휼사(賑恤使)를 겸임하셨는데 선진성학(先秦聖學)의 대도(大道)에 근거하여 부모형제에 대한 사랑에서 나아가 애민(愛民) 위민(爲民) 보민(保民)의 입장에서 국가 보위와 민심 안정을 위하여 노력하였다.

입암 선생은 도통(道統)으로는 정암 조광조 선생의 순절(殉節)과 율곡 이이 선생의 행도(行道)를 중간에서 이었으며, 경서와 역사에 밝고 문장에 능통하여 시문집으로 알려진 『입암집』 6권 3책과 오륜과 역사로 구성된『동몽선습(童蒙先習)』 1책이 있으며, 『동국사략』 3권도 저술하였다.

입암 선생은 그동안 우리 학계에 널리 소개되지 않았으나, 근래 『동몽선습(』의 저자로 알려지면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윤리도덕 교과서인 『동몽선습』을 쓴 사람은 지금까지 소요당 박세무(逍遙堂 朴世茂 : 1487-1554) 로 알려져 왔으나 서지학자 안춘근(1926-1993)씨가 입암 민제인이 저술한 또 한편의 목판본 『동몽선습』을 발견, 박세무의 필사본(筆寫本)보다 기록연대가 앞선 최고본(最古本)이며 민제인이 원작자(原作者)라고 주장함으로써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동몽선습은 이름 그대로 조선시대에 널리 사용된 아동 교양교과서다. 한때 모재 김안국(慕齋 金安國: 1478-1543)의 저술이란 설이 있었으나 송시열이 발문을 쓴 박세무의 『동몽선습』이 정본(正本)이자 원본(原本)으로 통용돼왔다.

그러나 안춘근씨가 1981년 6월 입암 민제인이 짓고 타괴 윤인서(打乖 尹仁恕: 생몰년 미상)의 발문이 찍힌 목판본을 입수, 1983년 한국출판판매 주최 세계교과서 전시회에 출품하면서 이를 최고본(最古本)이라고 일반에 공개했던 바 있다.

그는 “당초 책의 끝머리에 소요당(逍遙堂: 박세무의 호)이라고 적힌 필사본(筆寫本)『동몽선습』이 최고본이자 정본으로 알고 있었으나 책의 됨됨이가 오래된 것 같질 않고, 책의 마지막 부분인 고려 우왕에 대한 기록 역시 민제인이 쓴 이후 박세무 때에 와서 내용이 변경된 것을 발견, 민제인본이 최고본이라고 생각한 것”이라고 밝힌 바가 있다.

또한 윤인서의 발문이 붙은 입암 민제인이 지은『동몽선습』에는 책의 발문 끝부분에 “嘉靖 癸卯(가정 계묘)”라고 목판본의 간행년도가 적혀 있다. 이는 서기로 풀어 1543년에 해당하며, 이의 문헌적 기록으로 미루어 민제인이 원작자이며 현재로서는 민제인이 쓴 책을 최고본(最古本)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이 책은 우리나라 사람에 의해 쓰여진 최초의 아동 교양 교과서일 뿐만 아니라 서양 최초의 교과서인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코메니우스의 『세계도회』보다 1세기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몽선습의 전체적 구성 체계는 크게 유학적 이론도덕을 담고 있는 ‘經(경)’에 해당하는 부문과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사를 서술해 놓은 ‘사(史)’에 해당하는 부문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경부(經部)에는 다시 총서(總序)와 본문과 총론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본문은 부자, 군신, 부부, 장유, 붕우 등 오륜(五倫)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부(史部)에는 중국의 역사와 우리나라의 역사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다시 사실(史實)을 요약하고 사론(史論)을 붙이고 있다.

이 책만큼 교과서로서의 구실을 하며 짜임새 있게 내용을 간추려 놓은 것은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이 책은 일반가정의 한문 초학자를 위한 기본적인 교재로 애용되었고, 왕세자의 교육에도 사용되었던 것이다.

입암 선생은 『동몽선습』의 편찬 동기를 “당시 아동들의 학습과 부형들의 자제교육 상태는 말단적인 훈고와 문장에만 치우치고 근본에 대한 교육은 경시되고 있었으며, 풍속이 병들어 사람들이 마음대로 행동하고 성품을 질곡(桎梏)하여 금수와 가깝게 됨을 애통하게 여긴” 데서 출발한다.

따라서 입암 선생은 “인륜과 일상생활에 간절히 하여 후학을 깨우쳐 인도하고 세상의 참된 교육을 유지하며, 독행(篤行)과 진학(進學)의 문로(門路)을 백성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이를 간행하게 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폐륜적인 범죄와 도덕성의 상실이라는 커다란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아가 청소년들의 인격 함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입암 민제인의 조선중기 후예들 중, 운촌공 민여검과 3세7효, 그리고 노봉 민정중과 둔촌 민유중의 사상에 대한 검토를 함께 다루어질 것이다. 이들은 각각 대전지역사와 중앙 정치사연구에 주목되는 인물들이며, 그 검토 내용은 여흥민문과 조선중기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16세기 중엽에 운촌공 민여검이 사오의 경운(현재 유성구 도룡동)에 살게 되면서 그의 직계 자손들은 5세에 걸쳐서 세상이 기리는 돈독한 충효를 실천하여 『오세충효록』을 남기고 있으며, 또한 운촌공 이후의 3세 동안에 연이어 배출된 효자들로 인하여 여흥민씨 3세7효라는 호칭을 얻고 있다.

그 대상 인물은 민여검의 아들인 민평과 민환, 민평의 아들인 민광신과 민광민, 민광민의 인들인 민원중, 민경중(백부 민광신에게 양자), 민응중 등이며, 이들은 한결같이 효우(孝友)하여 정려를 받거나 증직을 받은 효자들이었다.

조선 중기에 거듭 여흥민씨 중흥기를 연 인물은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민광훈의 아들인 인재 민시중, 노봉 민정중, 둔촌 민유중 등 3형제다. 민시중은 송시열의 문인으로 대사헌을 역임하고 형조참판으로 치사(致仕)했으며, 충후한 인품과 학행으로 유명하다.

송시열의 문하에서 학문을 연마한 민정중은 아버지 민광훈과 아들 민진장에 연이어 문과에 장원으로 등과하여 ‘삼세문장’으로 이름을 떨쳤으며 좌의정에 올랐다. 그의 저서로는 『노봉집』, 『노봉연중설화』, 『임진유문』 등이 전한다. 경서에 밝고 문장이 뛰어난 민유중은 노론의 중진으로 영돈령부사 여양부원군에 봉해졌으며 사림 사이에 명망이 높았던 학자이자 문장가였다.

한편 이번학술 대회를 주도한 입암 선생의 15대손인 청운대 민황기 교수는 “오늘 세미나를 통해서 『동몽선습』의 바른 이해와 더불어 입암 민제인 선생의 뜻을 오늘날의 후손들에게 전하여 건전하고 도덕성이 회복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하였다.



대전취재본부 / 이동근 보도부장

이동근 보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