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 독일 참모 장교 : 독일 국민들이 모두 개죽음 당할 겁니다. - 괴벨스 : 난 그들을 동정하지 않소. 난 그들을 전혀 동정하지 않는다고! 독일 국민들이 직접 선택한 운명이니까.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스스로를 기만하면 안 되지. 우린 국민들에게 우리에게 표를 던지라고 강요한 적 없소. 그들이 우리를 뽑았고 지금 그 대가를 치루는 거니까.
소름 끼치지... 앞으로 우리도 당해야 할 머지않은 미래. 아니 뭐 이미 현실이 되고 있지만..
패러디로 더 유명한 독일영화, 영어 제목으로는 다운폴(The Downfall. 몰락). 광기어린 히틀러를 연기한 간츠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지만 그 측근들의 심리를 공감가게 참 잘 그려냈다.
내가 그들이라면, 나도 그 속에 있었다면 과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지금의 나는 절대 할 수 없겠지만 만약 내가 그들 입장이라면, 히틀러처럼 유럽을 정복하고 싶었을 테고, 유대인을 저주했을 테고, 괴벨스처럼 선동할 테고, 괴벨스의 아내처럼 자식들을 차례차례 죽이고 자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지금 저쪽 동네 사람들도 저렇게 '진실'한 심정일까, 하는 의문도 새삼 가지게 된다.
심지어 괴벨스는 죽음을 앞두고 이렇게 유서에 쓴다 "언젠가 거짓말들은 들통 날 것이고 진실이 승리할 것이며 그때가 되면 우리가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다. 순수하며 순결한 우리가."
누구나 사람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그러니 저들도 자신들이 진실이며 자신들이 옳고 자신들의 마음은 진정 순수하고 순결하다고, 죽는 순간까지 그렇게 믿을지도 모른다. 뭉이도, 수기도, 쿡이도, 심이도, 석이도, 렬이도, 원이도, 향이도... 또 사기탄핵 원 죄인들도... 저렇게 유서에 쓴다 한들 놀랄 일도 아닌 것이다
사람이란 참 놀라운 존재다. 모두가, 자신의 정당성을 끝까지 믿으며 죽고 싶은 것이다. 설사 과거에 알았던 게 사실이 아니었다 해도 어떻게든 자신을 합리화하고 그땐 그게 진실이었어, 내가 뭘 달리 어쩔 수 있었겠어? 한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 히틀러의 비서였던 노파의 말이 "젊어서 몰랐다고 그 죄가 용서되는 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 라는 회고가 나에겐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 그녀가 나빠서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그렇게 존경했던 히틀러가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과연 쉬울까. 나쁜 짓 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았고 다만 그녀 눈에 보여서 지금 기억하는 건 자신에게 잘 해준 자상한 상사의 모습 뿐인데?
사람이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고자 한다. 재물이든 신념이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대로 선택해고 선택한 것이 옳다고 믿으며 자신의 선택을 거스르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간다. 그걸 뒤집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그러니 그들을 정의의 편이라고 믿었던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
그래서 사람 잘못 보고 잘못 탄핵했고 잘못 뽑았다고 믿기 싫어서 지금 나라가 거덜이 나는데도 그님 덕분에 소고기도 먹었다고 찬양하는 충성심이 놀라울 것도 없다. 악은 없다. 그저 자신의 선택과 그 의무를 다하는 마음만 있을 뿐. 악의 평범성을 증명한 아이히만처럼, 그 저 평범한 우리 일상 속에 뒤섞여 충만하게 존재할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