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이하 코트라) 해외무역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과 회계 비위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징계 수위가 낮아 ‘인권 사각지대’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의원(더불어민주당·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16일 코트라로부터 제출받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코트라는 올해 8월과 9월 각각 해외무역관 소속 직원 두 명에 대해 징계 의결을 내렸다.

지난 8월 11일, 코트라 1직급 직원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감봉 1개월의 경징계를 받았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에게 폭언을 하고, 과도한 업무를 지시했으며, 야근과 주말근무를 강요하고 휴가 사용을 통제하는 등 인권침해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코트라는 신고센터를 통해 사건을 접수해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나, 징계는 경징계에 그쳤다.

이어 9월 13일에는 4직급 직원 B씨가 회계 관련 비위로 해임됐다. B씨는 초과 지급된 용역비를 자신의 계좌로 돌려받거나, 용역 미제공자에게 허위로 비용을 지출한 뒤 이를 다시 개인계좌로 환급받는 등 회계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권향엽 의원은 “요즘 군대에서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며 “해외무역관은 섬처럼 폐쇄된 구조여서 인권침해가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어 회계 부정도 발생하기 쉬운 만큼 전 세계 무역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이 코트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성비위 징계 6건 중 4건(67%)이 경징계였으며, 이 중 3건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견책’이었다. 같은 기간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공무원 성비위 징계 현황에서는 중징계가 73.5%를 차지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코트라의 성비위 경징계 4건 가운데 3건이 해외무역관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근무지의 특성상 신고와 조사가 어렵고, 피해자가 외국인 직원일 경우에는 언어 문제로 신고 자체가 제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의원은 “해외무역관은 구조적으로 폐쇄돼 있고, 현지 근로자와의 권력관계도 불균형하다”며 “피해자가 현지 직원일 경우 해당 국가 언어로도 신고할 수 있도록 코트라가 다국어 신고채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CNB국회방송 호남총괄본부장 오경태 okt07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