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정치권 논란이 더욱 복잡하게 진행되는 양상이며. 여당 내부는 물론 여당과 청와대·정부가 이견을 노출하는 등 여권이 혼선을 빚고 있는 반면 야당은 여권을 싸잡아 비난하며 총공세를 펴고있다.

여권은 적전분열 조짐이다. 한나라당 소장파는 청와대와 검찰의 중수부 존치 입장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쇄신모임인 ‘새로운 한나라’ 소속 정태근 의원은 7일 대정부질문에서 “검찰 개혁이 국회에서 논의될 때 일언반구도 없던 청와대가 이제 와서 중수부 폐지 신중 검토 의견을 냈는데 이게 온당한 처사냐”고 따졌다.

청와대가 개입해 공연한 분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친이(친이명박)계 한 의원은 “청와대가 가만있어야 하는데 민주당이 싸우기 좋게 검찰 편을 들어주는 바람에 구도가 이상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 의원 49명은 “대안 없는 중수부 폐지는 곤란한 만큼 그 기능을 대체할 방안을 모색하자”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박준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개특위가 중수부 폐지에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당내에는 상당한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사개특위 위원 몇 명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검찰 조직 문제는 정부 몫”이라며 당이 손을 뗄 것을 촉구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국회가 그런 부분(중수부 폐지)까지 세세히 챙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신주류로 부상한 소장파와 청와대·정부가 각을 세우며 정면 충돌할 분위기다.

민주당은 공세 수위를 높였다. 청·검 간 ‘막후 빅딜설’을 부각시키며 비판여론 조성에 적극 나선 것이다. 예정에 없이 긴급 의총을 소집해 청·검을 강력 규탄한 뒤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중수부 폐지를 골자로 한 결의문도 발표했다.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전의가 강하다는 뜻이다.

손학규 대표는 의총에서 “청와대는 중수부 폐지에 반대하는 검찰에 동조하고 있다”며 “국민 권익을 지키려면 검찰은 검찰을 지키고 청와대는 청와대를 지켜야 한다”고 두 기관의 밀착관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별수사청 설치 관철 의지도 다졌다.

박영선 정책위의장도 “중수부가 맡은 부산저축은행 수사는 감사원과 금감원에 집중된 비리사건으로, 아직 몸통수사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며 검찰의 ‘꼬리자르기’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청와대의 개입은 민주주의를 조선왕조시대로 돌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김진표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를 겨냥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검찰을 권력의 도구로 이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이 청와대 눈치를 보지 말고 검찰 개혁에 동참할 것도 촉구했다.


이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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