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 춘추시대 병법가 손무는 군비(軍備)의 중요성을 힘주어 강조한다.
전쟁을 하려면 먼저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군비란 전쟁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나 시설, 물자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현대에 들어서도 군비는 국가생존의 필요조건으로서 핵심 국정과제이다.지난 20세기 말 동구권이 몰락한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미국 등 서방과의 군비경쟁에서 실패한 것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23전 23승이라는 기적을 일궈낸 원동력도 바로 군비이다. 당시 조일(朝日) 양국의 주력 전선은 각각 판옥선(板屋船)과 안택선(安宅船)이다.

둘 다 2층 구조에 길이 약 30미터, 승선인원 약 300명 등 덩치는 비슷하다.
하지만 견고함과 화력에 있어서는 차이가 크다. 판옥선은 주재질이 단단한 소나무이고 나무못으로 판자를 잇는데 비해, 안택선은 무른 삼나무에 쇠못을 사용한다.

튼튼한 판옥선에는 화포가 20문 이상 실리지만, 안택선에는 겨우 1-2문 정도이다. 이순신 장군은 전쟁에 대비해 철저히 군비를 갖추고, 왜적이 쳐들어오자 군비의 강점을 활용하는 작전을 펼쳐 무찌른다.

요즘 우리 군의 방위산업 비리가 줄줄이 터져 나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하급자도 아닌 별을 단 장성들이 검은 돈을 받고는 기밀을 빼주고 불량부품 눈감아주는 짓을 예사로 저지른다.

오죽하면 패망 직전 월남군을 보는 것 같다는 장탄식이 절로 나오겠는가?
급기야 북한까지 관영언론을 통해 조롱하는 지경이다.대통령이 규정하듯이 나라 팔아먹는 ‘매국행위’에 다름 아니다.

방산비리는 수십년 쌓인 적폐인 만큼 그 더러운 암 덩어리를 도려내지 않으면 안 된다. 차제에 관련 법률의 처벌조항을 강화하고, 다시는 비리가 생기지 않도록 방산 시스템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안상정 / 논설위원

안상정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