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꽃잎처럼 떨어져 간 전우여 잘자라”

우리는 해마다 6월이 되면 ‘전우여 잘자라‘ 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처절했던 낙동강전투를 뒤로하고 눈물을 머금고 전진할 수밖에 없었던 그 당시 참전 군인들의 쓰라린 심정을 대변하면서 전쟁이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용납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아직도 지구촌은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전쟁이 얼마나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들고 인간성이 상실되는 것인지 모른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과 원하지도 않은 이별을 해야 하고, 이별의 정을 나눌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까마득하게 잊고 살아간다.

6.25참전 유공자들은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내 옆에서 밥을 먹던 전우가 다음날이면 가마니에 얼굴이 덮여 있었다고 증언한다. 그 전우에게 '잘가라 전우야' 라는 구호를 뒤로하고 산을 내려왔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들은 “너무 무서웠지만 군인이였기 때문에 명령에 따라 전우의 시체를 뒤로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지금 그들의 증언이 우리에게 얼마나 절실하게 다가올지는 알 수 없다. 아마도 그런 상황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 전쟁은 같이 밥을 먹던 가족 같은 전우의 주검을 두고 슬퍼할 시간조차 없는 것이다. 그래서 평화를 말하고 평화를 이루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여느 나라보다 가슴 아픈 동족상잔의 전쟁을 경험한 민족이라서 더 간절히 평화를 원하고 있다. 이것이 6.25참전 유공자들이 연로한 가운데서도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교육하는 진정한 이유다.

본지 기자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전쟁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 물음에 학생들은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학생들은 “전쟁은 필요한 것을 획득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이기면 가장 재미있는 것이 전쟁이다. 내가 죽지 않으면 된다”는 등 다소 황당한 의견을 쏟았으며 “6.25는 북침”이라고 생각하는 의견도 많아 충격적이었다.

학생들이 왜 이러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본지 기자는 요즘 학생들 사이에 유명한 인터넷게임의 대부분이 전쟁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심각성을 제기한다. 뺏고 뺏기는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게임으로 인해 학생들이 폭력적으로 변하고, 말투까지 과격해지면서 전쟁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폭력성이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으로 바라본다면, 평화를 이뤄내야 하는 시간이 우리에게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6,25참전 유공자’들의 외침은 평화의 중요성을 알린다는 점에서 참으로 바람직한 모습이다.

어떤 모양으로든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 전쟁이 없다는 것은 평화가 이뤄졌다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화를 원하지 않는 일부 무리로 인해 세상은 병들고, 지구촌 곳곳에서 참혹한 상황이 재현되고 있기에 더욱이 평화를 이뤄내야 한다.

전쟁을 말하려면 대한민국을 빼고 말할 수 없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대한민국은 수없이 많은 외세의 침략이 있었고,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휴전 중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으나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는 6.25 전쟁 이후 대한민국은 전쟁을 겪지 않은 채 38선을 경계로 남과 북으로 나눠져 ‘안전한 나라’, ‘전쟁 없는 나라’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고,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역에 거주하는 6.25참전 유공자들의 말에 따르면, 6.25당시 남한과 북한에 군사력의 차이가 말로 표현이 불가능 정도로 우리의 군사력이 열악했다고 말하고 있다. ▲병력(남한:105,752명, 북한:198,380명), ▲전차(남한:0대, 북한:242대), ▲항공기(남한:22대, 북한:211대)로, 그 당시 군사력으로 남한이 북한에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했다는 것이다.

혹자는 전쟁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상대국가와 대등한 군사력을 가져야 한다고 억지주장을 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는 것을 곧바로 알게 된다.

무기를 팔아 경제를 지탱하는 국가들이 존재하는 국제적인 현실에서 전쟁을 없애고 평화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전쟁을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후속조치로 국제적인 감독기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기를 파기하는 절차를 거쳐야 진정한 평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평화를 원한다고 해서 아무런 노력과 대가없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지구촌을 두루 다니며 평화를 외치는 평화단체와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지구촌 모두가 평화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평화운동이 대한민국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선 시대 이후 930회의 침략을 받아 왔고, 한반도를 피로 물들였던 뼈아픈 한을 가진 나라로서 현재까지 휴전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의 세계를 만드는데 있어 모델이 되기에 적합하다고 할 것이다.

경북도 구미 지역의 보훈단체 소속 참전유공자들은 “학생들이 북한을 동지라고 여기고 미국을 우리의 적이라고 말하는 인식 속에서, 우리들이 조금이라도 정상적으로 이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들 참전용사들은 “6.25당시 칠곡지역의 다부동 전투는 가장 처참한 전쟁터로 기억한다. 55일 동안 먹지도 잠을 잘 수도 없는 전쟁터에서 흘린 피로 낙동강을 물들였다”면서 “시산인해(시체가 산을 이루고 바다를 이룬다)라는 단어로 표현할 만큼 처참한 전쟁이었다”고 평화에 관심이 없는 세대를 꼬집었다.

이에 평화세계의 마지막 종점을 대한민국에서 찍는다는 신념으로, 지구촌 국경을 넘어 평화활동을 적극 펼치고 전쟁종식을 위한 국제법이 만들어지도록 촉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에서 전쟁의 상징인 휴전선이 철거되는 그날을 우리가 그리면서 평화를 향해 젖 먹던 힘까지 발휘해 달려가야 하리라 본다.

더불어 최소한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 국민이라면 전쟁이 없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 행동으로 옮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 전쟁을 억제하는 국제법 제정을 위해 UN에 메일도 보내고 항의서한이라도 보내야 하는 것이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모습이 아닌가 한다.

본지 기자는 이런 일에 국가의 지도자들이 먼저 나선다면 평화가 이뤄진 다음에 아마도 그들은 존경받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화는 분단국가 국민들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윤호철 / 대기자

윤호철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