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인해 주요 과수 재배지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백억 원을 들여 개발한 ‘기후적응형 품종’의 보급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와 국회는 개발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보급 목표를 포함한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문금주 의원(더불어민주당.고흥·보성·장흥·강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SSP3-7.0 시나리오)이 유지될 경우 50년 내 사과 재배 가능 지역의 96.5%가 사라질 전망이다. 평년(1981~2010년) 기준 672만4천ha에 달하던 사과 재배 면적은 2070년대 200ha 수준으로 줄어, 강원 일부 산지를 제외하고 사실상 전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최근 10년간 기후적응형 품종 개발에 738억 원을 투입했다. 이는 전체 품종개발 예산의 36.4%에 달한다. 같은 기간 개발된 품종은 총 180건으로, 2015년 103억 원으로 시작된 예산은 2021~2022년 50억 원대로 감소했다가 2023년 이후 70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개발된 품종 상당수가 실제 현장에 보급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후적응형 품종의 보급률은 식량작물(벼·밀 등)이 86.1%인 반면, 과수·채소 등 원예작물은 45.0%에 불과했다.

저조한 보급률의 원인으로는 품종 개발과 보급정책의 분리 운영이 지적된다. 농촌진흥청은 개발과 보급을 별도의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기후적응형 품종에 대한 독립적 보급 활성화 정책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급지원 규모 역시 매우 제한적이다. 올해 품종 보급지원 예산은 과수 16억 원, 채소 9억2,500만 원 수준으로, 이 중 기후적응형 품종 보급 예산은 각각 12억6천만 원과 1억5천만 원에 불과하다. 품종 교체에 따른 농가 부담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문금주 의원은 “기후적응형 품종개발 사업은 개발된 품종이 실제 현장에서 뿌리내리고 결실을 맺을 때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품종개발 정책과 보급지원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농촌진흥청이 기후변화에 대응한 **<기후적응형 품종 개발·보급 종합대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NB국회방송 호남총괄본부장 오경태 okt07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