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와 해외 원전 수출 관련 협약을 추진하면서, 처음에는 기한이 없는 ‘무기한 계약’을 추진했다가 이사회 반대 끝에 50년으로 수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9월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전달받은 사전계약 조건서(term sheet) 에서 ‘기한 없는 계약’과 함께 ▲원전 1기당 5억달러 신용장 개설 ▲10억달러 규모의 역무 제공 ▲부족분의 50% 현금보상 등의 과도한 조건을 확인했다.

한전은 같은 해 10월 미국에서 웨스팅하우스와 재협상을 진행해 ▲신용장 4억달러로 축소 ▲10년 후 재협의 조항 추가 ▲역무 규모 6억5000만달러로 조정 ▲현금보상 삭제 대신 1억7500만달러 기술료 지급 등으로 조건을 완화했다. 이에 따라 한국 측은 총 8억25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기술료 및 역무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2024년 11월 열린 한전 이사회에서는 “계약에 유효기간이 없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비용 부담이 과도하다”는 반대 의견이 제기됐고, 결국 2025년 1월 ‘50년 계약’으로 수정됐다. 하지만 일부 이사들은 “50년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무기한 계약”이라는 우려를 남겼다.

권향엽 의원은 “국민이 모욕적으로 느낀 ‘노예계약’보다 초안은 훨씬 더 굴욕적이었다”며 “윤석열 정부의 조급한 성과주의가 국익을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협상을 주도한 황주호 전 사장은 산업부 조사 결과에 따라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NB국회방송 호남총괄본부장 오경태 okt07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