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일하는 해양경찰들의 정신건강 지원 예산이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 속에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경찰관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직무 스트레스가 해마다 증가하는 가운데, 정작 이들을 위한 ‘마음돌봄 사업’ 예산은 줄어들었다.

■ 5년간 순직·공상자 463명, 극단적 선택 11명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문금주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더불어민주당)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경 내 순직 및 공상자는 463명, 극단적 선택을 한 경찰관은 11명으로 집계됐다.

해경은 선박 전복, 실종자 수색, 사망사고 등 충격적인 사건 현장을 수시로 마주하는 고위험 직군이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우울증 등 심리적 후유증을 겪는 경찰관이 꾸준히 늘고 있다.

■ 상담 수요는 매년 급증… 예산은 ‘감액’

해경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1년부터 **‘마음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상담 △긴급심리지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 지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선박 사고나 동료 순직 등 급격한 트라우마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긴급심리지원’을 실시해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하고, 2차 사고를 예방한다.

올해 갯벌에서 민간인을 구조하다 순직한 故 이재석 경사가 근무하던 파출소 직원 8명에게도 긴급심리지원이 시행됐다.

하지만 상담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마음돌봄 사업 이용 건수는 ▲2021년 2,508회 ▲2022년 3,600회 ▲2023년 4,295회 ▲2024년 4,431회로 3년 만에 약 1.7배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24년 관련 예산을 2023년 5억 6,800만원에서 5억 3,200만원으로 약 3,600만원 감액했다.

■ 세수 감소 속 복지사업 축소… “현장 인력에게 책임 전가”

문금주 의원은 이번 감액의 배경으로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와 감세 정책을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조세부담률은 2022년 22.1%에서 2023년 19%로 급락,
세수 결손 규모는 2023년 56조 4천억 원, 2024년 30조 8천억 원에 달했다.

문 의원은 “세수 펑크의 책임을 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경찰관들이 져야 하느냐”며
“부자 감세로 인한 재정 부담이 결국 현장 경찰의 복지 축소로 이어졌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해경 마음돌봄 사업 예산 삭감은 단순한 금액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일선 경찰관의 고통에 얼마나 무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심리치료·상담 예산을 즉시 확대해 현장 인력의 정신적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국민 안전의 최전선이 무너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예산 감축이 단순한 복지 축소를 넘어, 국민 안전 시스템 전반의 효율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경찰 심리전문가는 “해양경찰은 국민 생명 구조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조직”이라며
“이들의 정신건강은 곧 대응력과 직결된다. 심리 지원 예산을 줄이는 것은 결국 국민 안전을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마음 돌볼 예산마저 삭감”… 현장 반발 커질 듯

일선 해경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현직 해양경찰 관계자는 “동료가 사고를 당한 뒤에도 곧바로 근무에 투입된다”며
“심리상담 한 번 받기 어려운 현실에서 예산까지 줄었다는 건 허탈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해양경찰 내부에서는 상담 인력 확충과 예산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문금주 의원은 향후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CNB국회방송 호남총괄본부장 오경태 okt079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