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鐵道)은 우리들에게 때로는 고즈넉한 애환 즉 만남의 설레임과 헤어짐의 아픔을 가져 다 주기도 한다. 경북선은 경상북도 내륙에 부설된 철도이다. 당초에는 김천에서 상주, 문경을 거쳐 안동에 이르는 철길이었다.

1922년 당시의 조선철도주식회사가 건설의 주체가 되어 철길 부설을 시작해 김천~상주구간을 우선 개통하고, 1928년에는 당시 예천까지 연장했다가 1931년 10월에 안동까지 이어 감으로서 마침내 전 구간의 개통을 보게 된 것이다.

이 철길은 한편 전쟁 말기, 군수물자의 조달이 시급했던 일본은 급기야 영업 중이던 몇몇 노선을 철거하기에 이르는데, 경북선 점촌~안동 구간이 1944년 9월 30일자로 철거됨으로서, 경북선 노선은 김천~점촌으로 단축되어 해방을 맞게 되었다.



끊어진 경북선을 다시 잇기 위해 1962년에 점촌~영주 구간에 착공하여, 1966년 1월 27일에 점촌~예천 구간이 개통되었고, 10월 10일에 영주까지 완공하여, 11월 9일에 영업을 개시하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교통의 메카니즘에 변화가 오고 특히 중부내륙 및 중앙고속도로의 교통이 편리하게 발달하면서 철길은 상대적으로 점차 쇠진하게 되었다.



사람이 줄고 짐이 줄면서 석탄산업의 합리화로 석탄수송이 전면 끊겨 화물열차가 단 한 대도 운행하지 않는 물동량의 급변화로 철길 위의 역들이 하나 둘 폐역이 되거나 아니면 역원 무배치 간이역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러한 역들이 김천-점촌간만 해도 6곳이나 되고 있다. 그리고 심심찮게 철길을 아예 통째로 걷어치운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주변의 환경이 변화해 어쩔 수 없다 해도 한 번 걷어 치우고 난 뒷자리를 보면서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할 듯하다.



경상북도 상주역에서 잠시 철길을 내다보았다. 원래 상주는 3백(三白)으로 이름난 고장이다. 누에고치, 쌀, 곶감을 가리킨다.


요즘 상주의 인구도 10만7천의 꽤 번성한 고을이다. 해서 주말의 경우 하루에 600여 명의 승하차 고객이 상주역을 드나들고 있다. 주로 대구나 김천, 구미 등지에서 학업이나 귀향의 일로 유동하는 승객들이다.



현재는 경북선이 김천-영주구간으로 4개역만이 직원이 있어 여객들을 맞이하고 상주역은 역장님을 비롯해 10명이 근무하며 3명씩 3조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한때는 하루에만 10여명이 근무하기도 했었다.

영주-부산 간 6왕복, 경북순환열차 2회, 8왕복의 무궁화호 열차가 운행중이며 주말에는 2개 열차가 부산-정동진을 오가며 총10회 운행을 하며 화물열차 운행은 단 한 대도 없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상주역사(驛舍)외곽 울타리 쪽에는 4월이면 봄의 정감을 가장 멋들어지게 볼 수 있는 수양버들 왕 벚꽃나무의 화사한 벚꽃이 상주역을 이용하는 철길손님을 반갑게 맞는다.



특히, 오랜 상주역사(驛舍)를 지키며 자라온 다른 곳에서는 보기가 드문 희귀종의 수양버들 왕 벚꽃나무(수양벚꽃. 장미과) 10여 그루의 아름다운 자태가 오고가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잠시 묶어두는 아름다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봄바람에 살랑이고 있다.

아마도 우리나라 철도를 통틀어 경북선만큼 기구한 철길 노선은 없을 것이다. 지난날 산업화 과정에서 이 철도가 기여했던 화려한 자취(하루78회 운행)가 있었던 터에 이제는 쇠잔한 철길이 되어 내일의 운명을 알 수 없다.

상주역 운영 총책을 맡고 있는 황동철(54세 사진) 역장이 들려주는 현장의 이야기 들이다. 상주. 문경 지역의 관광 개발과 예천-안동 경북도청 이전, 중부내륙선 등이 경북선에 얼마나 활기를 불어넣을지는 감히 예측할 수 없다.

만년 적자노선의 오명을 쓰고 있는 경북선 철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현 상황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중부내륙철도의 개설을 기대와 설레임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중흥의 경북선 철길의 번성을 기대해 본다.

조덕이 대기자 jod4433@hanmail.net